『이방인』 이라는 소설은 이번에 처음 접하는 게 아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나의 흐릿한 기억을 되짚어 보면 고등학생 때 학교 과제의 일환으로 읽어본 적이 있는 것도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독서의 맛에 눈을 뜨기 한참 전이고, 대입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활동과 공부만 하느라 책 뒤표지에 있는 줄거리만 대충 읽고 넘어간 듯하다.
그러다 약 한 달 전, 유튜브에서 카뮈와 삶의 부조리 관련 영상을 본 이후로 『이방인』 을 다시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뮈와 삶의 부조리는 '매일의 생각' 첫 번째 글 주제였다: 2023.09.17 - [매일의 생각] - 1)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래서 T. M. Logan의 『The Holiday』 를 완독한 후 『이방인』 을 읽기 시작했다.
『이방인』 에서 나에게 인상 깊게 남은 구절들은 작품의 후반부에 뫼르소가 사형 선고를 받고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며 숙고했던 내용들에 존재한다.
"따지고 보면 서른 살에 죽느냐 예순에 죽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중략) 지금이건 이십 년 후건 언제나 죽는 것은 바로 나다. (중략) 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에 그곳에서 엄마는 마침내 해방되어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아무도, 아무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이방인』 中
'매일의 생각' 첫 번째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모두는 인간으로서 언젠가 죽는다.
그리고 그 변하지 않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오롯이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삶을 '잘' 살아갈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에 따라 죽음의 순간을 향한 나만의 여정을 풍요롭게 채우는 법을 알게 된다.
나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부조리한 세상의 프레임에 더 이상 나를 무리하게 끼워넣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죽음은 마냥 슬픈 이별만을 의미하기보단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해방과 자유를 안겨주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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