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가 장편 소설인 줄 알고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소설집이었다.
소설집을 읽는 것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였을까.
처음 책을 받고 나서 장편이 아니라는 사실에 약간의 실망감도 느꼈지만, 읽다 보니 짧은 호흡의 이야기들도 상당히 몰입감 있었고, 무엇보다 부담 없이 편하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여태껏 장편만 읽어 왔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편의 단편들로 쉬어 가는 것도 좋은 것 같았다.
책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는 우리의 일상과 주변에서 아주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그렇지만 새롭고도 낯선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가정, 회사, 사회 등의 여러 집단에서 발생하는 권력의 차이에 기인한 불합리.
그 불합리가 맺어 준 관계에 놓인 사람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다양한 빛깔이 되어 주는 그들.
이 모든 요소들이 결합되어 책을 다 읽고 나니 총 7편의 라디오 사연을 청취한 듯했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삶의 무대에 서 있는 이들이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들은 나에게 때론 고요한 분노를, 때론 잔잔한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언젠가 삶이 날카로운 겨울 바람과 같이 다가와 나를 지치게 할 때, 그래서 치유와 회복이 필요로 할 때, 다시금 이 책을 펼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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