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생각

11) 내 성격에 대한 고찰 (1) - I___

Hazel Y. 2023. 9. 27. 10:47

오늘부터 4일 동안은 MBTI로 내 성격에 대한 나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MBTI 신봉자는 아니지만 과몰입러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일단, 블로그 소개란에도 적혀 있지만, 내 MBTI는 INFJ이다.

 

가끔 INTJ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내가 가진 T 성향과 F 성향의 비율이 거의 반반이라서 그런 것 같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모습과 가치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생각은 억지로 짜내서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보면 이미 생각 회로를 잔뜩 돌리고 있는 중일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 성격 또한 블로그 글로 풀어보면 재미 있으면서 그걸 바라보는 나만의 새로운 관점도 생길 것 같아서 MBTI 알파벳 하나씩 순서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알파벳, I.

 

나는 파워 내향인이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I 성향이 80%대로 나오는 것 같다.

 

네 가지 알파벳 중 마지막 알파벳 J와 함께 가장 극단에 가까운 수치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체력과 정신적 에너지가 상당히 많이 소모된다.

(이 글을 더 진행하기 전에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외향과 내향은 사람을 좋아하냐 아니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사람을 만날 때 에너지를 얻느냐 쓰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당장 나만 봐도 사람 만나고 오면 완전 기진맥진해 있지만, 만나는 중에는 그 누구보다도 대화에 열심히 참여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특히 정신적 에너지가 탈탈 털리는 수준으로 빠르게 고갈되는 편인데, 내 생각엔 내향인이면서 동시에 인간관계에 있어서 예민도도 높은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내가 말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예민한 사람들이란 타인과 상호작용할 때 언어적인 것은 물론이고 반언어적, 비언어적인 요소들까지 모두 자동적으로 스캔을 해버리는 사람들을 뜻한다.

 

나한테 불필요한 것들조차도 모두 나에게는 정보로 입력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 중에도 머릿속은 그 모든 정보들에 대한 생각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그냥 대화 자체에만 집중하는 데 10의 에너지를 쓴다면, 나는 거기에 추가적으로 불필요한 정보들에 대한 생각을 하는 데 최소 10의 에너지를 더 쓴다.

 

즉, 그들과 비교했을 때 약 2배의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다.

 

2~3년 전쯤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힘들어서 최소 2주의 텀은 두고 약속을 잡기 시작하게 되었다.

 

최소 2주 간의 정신적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대 극초반만 해도 체력이 받쳐줘서 거의 사나흘에 한 번꼴로 약속 잡아서 사람들 만나고 했던 것 같은데, 22~23살쯤부터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정신적 에너지가 완충이 되어야 반나절 정도 누군가와 제대로 어울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 반나절도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면 약 1시간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야 드디어 씻을 에너지가 생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이 정도로 심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초등학생 때는 내 기억 상 방과후 바로 귀가하는 것이 드물 정도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고,

중학교 1학년 때도 워낙 발달 시기적으로 친구들을 좋아하게 되는 때라 그런지 친구들과 학교 마치고 근처 악세서리 샵이나 분식집에도 자주 갔다.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면 유성매직으로 반티에 서로의 별명을 적으며 좋아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고등학교 입시가 가까워지면서 내신을 챙기고 공부에 좀 더 집중하게 되면서 그렇게 방과후에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당연히 친구들과 놀러 다녔던 기억이 딱히 없을 정도로 그냥 혼자 할 일만 했던 것 같다.

 

당시 학교 프로그램으로 내 교과 멘티였던 친구와 그나마 제일 교류가 많았던 것 같은데, 그마저도 그 친구가 모르는 문제가 있거나 이해가 잘 되는 않는 개념이 있을 때 내가 가르쳐줄 때만이지, 항상 붙어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외롭거나 힘들진 않았다.

 

오히려 쉬는 시간에 혼자 문제집 풀고 피곤하면 잠깐 엎드러 자는 게 더 편했다.

 

그리고 그렇게 학교에서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날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친구들도 없었다.

 

큰 트러블 없이 두루두루 잘 지냈던 것 같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고입보다 훨씬 더 큰 산인 대입을 앞두고 있었다보니, 더 자발적으로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을 늘렸다.

 

선생님 몰래 친구들과 야자 째고 잠시 밖에 나가서 맛있는 음식 먹고 들어오는 친구들도 꽤 있었는데, 나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그런 추억이 하나도 없다.

 

내가 야자 때 나갔다 들어오는 건 부모님과 병원 갈 때 뿐이었다.

 

게다가 선택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는 학교였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내 생활 공간을 함께 쓰는 걸 딱히 내켜 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통학을 했다.

 

그리고 안 그래도 잠 줄여서 수능 공부하고 내신 챙기고 비교과 활동하면서 스펙 쌓느라 항상 피곤한데 친구들과 불필요하게 수다 떠는 건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분배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서 불리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성인이 되고 조금 후회하는 부분은 고등학생 때 적극적으로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 간다는 말이 있듯이 적어도 내 고등학생 때 같은 반 친구들의 인스타를 보면 여전히 고등학생 때 같이 어울렸던 친구들과 종종 만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중학생 때 그랬던 것처럼 모두와 잘 지냈지만 가깝게 지냈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도 연락하면 나를 싫어하거나 피하는 친구들은 딱히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한테 먼저 연락해서 만나자고 말하는 친구도 별로 없다.

 

그래서 그런 부분이 가끔 아쉽긴 하지만, 솔직히 신경이 많이 쓰이진 않는다.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나는 더 알차고 생산적이고 행복한 순간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때때로 사람들을 너무 안 만나는 건 아닌가 스스로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낸다고 해서 불편하거나 외로운 것도 없고, 솔직히 집에 혼자 있을 때 하고 싶은 취미 활동도 정말 많은데 아직은 공부하느라 바빠서 그것들을 다 못 하고 있는 것도 아쉬울 정도로 집에 있는 나는 아주 바쁘게 지낸다.

 

물론 가끔 외향인 분들이 사람들을 만났을 때 뿜어내는 그 특유의 에너지가 부러울 때도 있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실시간으로 기가 빨려나가는 것이 느껴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신나하는 그들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나의 내향적인 성향에 만족한다.

 

그게 나니까.

 

- 25.649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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