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력 운동은 매우 즐겨 하는 반면, 유산소 운동은 아주 싫어한다.
타고난 심폐지구력이 꽝이기 때문에 근력 운동에 비해 유산소 운동을 훨씬 더 많이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 때 팝스 체력 평가를 하면 다른 종목들은 그럭저럭 하는 편이었지만 오래 달리기는 나에게 정말 최악의 종목이었다.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항상 죽을 상을 한 채 거의 꼴등으로 겨우 완주하곤 했다.)
그래서 내가 상대적으로 덜 힘들게, 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근력 운동 위주로 약 7년째 나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유산소를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근력이 메인이고 유산소는 서브 중에서도 서브 같은 느낌이다.
좀 더 어릴 땐 그런 운동 루틴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몸 라인을 예쁘게 만드는 것만이 운동을 하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유산소 없이 근력 운동만 해도 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해 한 해가 지나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예전의 내 몸이 아니었다.
(미래의 내가 이 문장을 읽으면 정말 귀엽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나는 그렇게 느낀다.)
특히 원래 약간 있던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올해부터 눈에 띄게 심해졌다.
그래서 이제 나의 운동 목적은 '체력과 건강 증진' 이 되었다.
체력이 받쳐주고 건강함이 유지되어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하고, 행복한 삶 또한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력 단련을 위해 유산소 운동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해서 아침 조깅을 하는 습관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짐만 해놓고 올 여름은 그냥 다 보내버렸다.
꽤 심한 아토피성 피부여서 더운 날씨에 습도 높은 곳에서 땀을 흘린다는 것은 정말이지 최악 중에 최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주 월요일에 첫 아침 조깅을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2분 정도 뛰고 숨이 넘어갈 뻔 해서 아파트 단지 한 바퀴만 돌고 얼른 귀가해버렸다.
게다가 루트를 잘못 고른 탓에 가장 경사가 심한 길을 뛰어서 올라가려고 했던 것도 한 몫 했다.
역시 유산소는 나랑 안 맞아.
그래서 그 주는 더 이상 조깅을 나가지 않았다.
이번 주도 그 여파로 원래는 조깅을 나갈 계획이 없었다.
그러다 오늘 개인적인 사정으로 갑자기 하루에 공부해야 하는 범위가 늘어나게 되면서 헬스장 가서 거의 2시간 운동하고 오는 것보다는 시간을 훨씬 더 아낄 수 있는 조깅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첫 바퀴는 그냥 빠른 속도로 걸었다.
기상 후 30분 뒤에 바로 뛰러 나가는 거라 몸도 풀 겸 맑은 하늘도 구경할 겸 해서였다.

두 번째 바퀴부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확실히 첫 조깅 때보다는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두 번째 조깅인데 이렇게 다르다니.
게다가 첫 조깅 하고 일주일 넘게 시간이 흘렀는데.
신기했다.
기분도 좋았다.
그래서 두 바퀴로 끝내지 않고 세 번째 바퀴도 뛰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 바퀴 더 뛰는 건 무리였다.
세 번째 바퀴는 많이 힘들었다.
다시 숨이 넘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그치만 오늘은 저번 조깅 때보다 달라졌음을 느껴서 뿌듯했다.
그리고 저번엔 한 바퀴만 잠시 뛰고 와서 땀이 그렇게 많이 안 났는데, 오늘은 한 바퀴 걷고 두 바퀴 뛰었더니 땀이 흐르고 얼굴이 터질 것 같고 온 세상의 열이 나에게만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게 뭔 소린가 싶기도 하겠지만, 나는 운동을 했으면 땀, 열, 지연성 근육통 등 운동을 했다는 느낌이 직접적으로 들 때 기분이 상당히 좋아진다.)
앞으로 바빠서 헬스장에 가는 것이 무리인 날이어도 아침 조깅만큼은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시작하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막상 시작하고 나면 관성이 생겨 그 다음, 그 다음을 하는 건 어렵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아침이었다.
- 25.652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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