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MBTI 관련 글을 쓰겠다 해놓고 자꾸 다른 주제를 다루는 것 같다.
일단 오늘은 MBTI 말고 더 당장 기록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바로 '수면' 이다.
잠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삶의 질에 있어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너무 많이 혹은 하루종일 잠만 자는 것은 큰 문제이지만, 충분한 수면 시간보다 적게 자는 수면 부족 상태 또한 그에 못지 않은 큰 문제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느껴본 수면 부족에서 오는 대표적인 신체적, 심리적 증상들은 다음과 같았다.
피로, 두통, 집중력 저하, 근육통, 우울감 등.
만약 수면이 부족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심하게는 고혈압, 당뇨, 심장 마비 등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에서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우리 사회는 수면에 관대하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잠을 자는 것을 죄악시하는 경향도 종종 나타난다.
이는 비단 사회 생활을 하는 성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훨씬 더 어렸을 때부터 그러한 관념에 세뇌당하면서 자라난다.
당장 필자 본인만 봐도 그렇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잠을 줄여 가며 공부했다.
학생으로서 기본적으로 행하는 활동인 공부, 식사, 잠 이 세 가지 중에서 잠의 우선순위가 가장 낮았고, 그래서 가장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정해진 기간 내에 끝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수면 시간부터 줄이고 본다.
그리곤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이것도 다 안 끝내고 자면 인간이 아니다.
물론 이제 중고등학생 때보다는 나이도 더 먹었고, 체력도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그때처럼 극도로 잠을 줄일 순 없다.
그렇게 했다간 다음 날 내가 깨어있는 건지 잠을 자고 있는 건지 모르는 가수면과도 같은 상태가 하루종일 지속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엔 아무리 잠을 줄인다 하더라도 6시간이 마지노선이다.
그것보다 더 줄였다가는 하루종일 잠만 자는 것보다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에이, 6시간이면 충분히 자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성인의 하루 적정 수면 시간은 7~9시간이다.
그런데 3월 17일 레즈메드(Resmed)가 진행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9시간에 불과했다.
그리고 직장인들은 살기 위해 매일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수면이 부족한 사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나의 경험을 빗대어 감히 말해보자면,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잠만큼은 충분히, 적어도 7시간 이상은 자야 한다는 것이다.
잠이 인간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실제로 학교 수업, 과제, 시험, 대외활동, 동아리 활동, 논문, 인턴을 모두 동시에 쳐내야 했던 석사 과정 기간을 보면 나는 1년 내내 잠이 항상 부족했다.
만성 피로 수준이었다.
그랬더니 번아웃이 그 1년 동안 두 세 번이나 찾아왔고, 번아웃에 시달리는 동안엔 식욕도 사라지고, 씻기도 귀찮아지고, 사람들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우울하고, 그래서 그냥 집에서 하루종일 잠만 잤다.
그렇게 거의 일주일을 집에서 잠만 자다보면 나도 모르는 순간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있곤 했다.
(물론 아직 나에게 번아웃을 일으키는 요소들은 미완성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100% 회복은 불가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미친듯이 잤던 잠이 내 멘탈 에너지 회복에 도움이 꽤 됐던 것 같다.
이 경험을 통해 내 내면의 멘탈 에너지가 방전되지 않도록 평소에 잘 관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약 10년에 걸쳐 이미 내 몸에 체화되어버린 '바쁠 땐 잠부터 줄이기' 습관은 버리기가 정말 힘들다.
오늘부터 나는 기존 수면 시간인 7시간 30분에서 1시간 30분 줄인 6시간만 자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해야할 공부 분량이 너무 많아서 이다.
내가 이전에 언급했듯이 나는 경영학과 석사 과정까지 다 마치고 진로를 변경하고자 현재 생물정보학 석사 과정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관련 전공을 공부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집에서 생물학과 학사 과정에 포함되는 과목들을 독학하고 있다.
목표는 1년 안에 적어도 유기 화학, 생물학, 생화학, 유전학, 분자 생물학을 모두 끝내는 것으로 잡고 있다.
그 중 생화학, 유전학, 분자 생물학은 생물정보학을 비롯한 생물학에 중요한 뼈대를 구성하는 과목인 만큼 수료증과 성적이 나오는 온라인 강의를 수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며칠 전 그 강좌들이 개설되는 시기와 나의 목표를 비교해서 계산해본 결과, 올해가 끝나기 전에 최소 생화학과 유전학은 수료증을 따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도를 앞당겨야 했다.
아주 훨씬.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두 가지 방법은
1) 운동 시간 줄이기와 2) 수면 시간 줄이기이다.
분명 이 글의 중반까지는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얘기해놓고, 정작 나는 데드라인이 있는 일들이 많을 때 잠부터 줄이는 습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 참 모순적이다.
그리고 어제는 분명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해놓고 오늘의 나는 앞으로 운동 시간도 줄이겠다고 하는 참 웃긴 상황이다.
내가 오래 살아본 건 아니지만 여태까지의 인생에서 느껴지는 건 그런 것 같다.
무조건 얻기만 하거나 잃기만 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얻는 것이 있다면 항상 잃는 것 또한 있고, 그 둘을 잘 저울질해서 나의 목표 달성에 있어서 최선이 되는 결정을 내리는 것.
그것을 반복하는 것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인 것 같다.
오늘도 나는 넘쳐나는 해야 할 일들과 건강한 삶을 위한 수면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해본다.
- 25.655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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