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은 아마 다들 적어도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아주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라 마치 달달 외운 수학 공식처럼 머리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고 깊이 박혀 있는 말들 중 하나다.
그리고 최근 습관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아무리 힘들거나 하기 싫은 일이라도 그것이 습관이 되어 나의 시스템에 스며 들게 되는 순간 그것들은 더 이상 하기 싫은 일들이 아니게 된다.
오히려 하고 싶거나 적어도 해 나갈 충분한 힘을 가진 일들이 된다.
내가 요즘 일상에서 느끼는 습관의 힘은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 같다.
운동, 기상 시간, 공부 시간, 그리고 음주가 바로 그 네 가지이다.
1. 운동
운동은 이 네 가지 중에서 가장 오래 전부터 습관으로 쌓아 온 요소이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던 건 고2 때쯤이었다.
물론 중간에 헬스장과 홈트도 반복하고, 석사 과정을 밟는 그 1년의 기간 동안은 운동을 다섯 번인가 밖에 하지 않기도 했지만, 그 1년의 반강제적인 휴식기 이후로는 다시 꾸준히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나름 열심히 해오고 있다.
이게 뭐 대단한 거냐 싶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운동을 하는 것은 많이 귀찮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다.
그래서 아직도 운동을 가기 전 내면의 나는 종종 사투를 벌이곤 한다.
아, 오늘 머리도 약간 무거운 것 같은데 운동 쉴까.
할 일도 많은데 운동은 그냥 내일 갈까.
하지만 수분 간 이토록 소용돌이 치는 내적 갈등이 무색하게도 거의 항상 운동을 가는 것으로 결정 지어진다.
단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운동을 쉬는 순간 관성이 생기기 시작해 다음부터는 운동을 가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 기상 시간
기상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는 전제 하에, 매일 똑같거나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만큼 기분 좋은 기상으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어제는 8시에 일어났고, 오늘은 6시에 일어났으며, 내일은 11시에 일어날 예정이라면, 그런 편안한 기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잠을 충분히 잔다고 해도 불규칙한 기상 시간은 오히려 피로감만 더해 갈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 나는 수면 시간이 6 - 7시간으로 충분한 편은 아니지만, 주말을 포함해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난다.
그랬더니 예전에 8시간 정도 충분히 잤지만 기상 시간이 들쭉날쭉이었던 때보다 확실히 덜 피곤하고 아침에 더 쉽게 침대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이처럼 매일 똑같은 시간에 기상 알람이 울리는 것이 내 몸에 밴다면, 수면 모드에 맞춰져 있던 나의 시스템도 그 시간 쯤이 되면 자연스레 기상 모드로 전환되는 것 같다.
사실 이러한 기상 습관의 힘은 기상 시간을 바꿔 봄으로써 아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일어나는 시간을 바꿨을 때, 특히 기상 시간을 앞당겼을 때, 첫 일주일 정도는 매우 힘들다.
알람이 울리면 짜증부터 나고, 더 자고 싶다, 그냥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잠만 자고 싶다, 하는 생각들이 머리 속을 휘감아 버린다.
그러나 어찌저찌 그것을 이겨내고 맞이하는 두 번째 주엔 해당 시간에의 기상이 첫 번째 주보다 훨씬 쉬워진다.
그리고 세 번째 주부터는 기상의 난이도가 확연히 낮아지며, 알람이 울릴 때쯤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눈이 떠지는 경험도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도 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3. 공부 시간
귀국하고 전공을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하루에 6시간 공부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보통 5시간 내외의 시간을 공부하는 데 쓰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가다간 목표하는 기간 내에 필요한 공부와 준비를 다 끝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기 시작했고, 파트타임 스터디라는 앱의 도움을 받아 공부 시간을 조금씩 늘린 결과, 지금은 하루에 많게는 10시간 정도 공부하는 데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매주 일요일은 쉬엄쉬엄 하는 날이기 때문에 하루 공부 시간을 6시간 정도만 채우는 게 일상이 되었을 정도로 공부 시간에 대한 내성이 꽤 많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습관화하고 보니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4. 음주
나는 술을 즐겨 마시곤 했다.
혼술도 자주 했다.
게다가 술을 완전 못 마시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한때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술자리 만큼 재미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공부하는 데 쓸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친구들과의 약속을 한 달에 한 번 꼴로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더니 어느 순간부터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기 시작했다.
억지로 술을 떠올려 보아도 굳이 마셔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수준까지 와 버렸다.
음주를 하지 않는 것에 관성이 생긴 것이다.
일단 좋은 현상이다.
술은 1급 발암물질인 만큼 당연 멀리 할수록 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술을 딱히 찾지 않는 지금의 상태가 단지 매우 중요하고 급하게 이루어야 할 목표가 생긴 현 상황에 의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이 완전히 나의 생활 습관이 되어 그 목표를 달성한 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자기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간은 루틴의 동물이다.
인간의 하루는 루틴에서 시작해서 루틴으로 끝이 난다.
때문에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습관으로 자리잡는 순간 그것은 내 루틴의, 다시 말해 내 삶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나의 구성 요소로 굳혀진 것은 그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동안 들였던 노력의 몇 배는 있어야 바뀔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무엇에 관성을 일으켜 나의 시스템에 습관으로 새겨지게 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현명한 선택이 이루어져야 함을 되뇌며 나는 오늘도 나만의 루틴에 맞춰 하루를 살아간다.
- 25.723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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