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생각

34) 딴생각 멈춰!

Hazel Y. 2023. 10. 26. 16:59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삶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진지한 생각도 많이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쓸데없는 잡동사니와 같은 생각도 정말 많이 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는 나에게 그런 머릿속 세상이 있는 게 다행이라고 느껴진다.

 

멍 때리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면 그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나름 즐겁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히 공부하고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롯이 공부 내용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수시로 딴생각에 몰두해 있곤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그러고 싶지 않다.

 

공부할 때는 공부에만 신경 쓰고 싶은데, 종종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실제 내 눈 앞에 놓여 있는 현실 세계를 향한 초점은 흐려지고, 그때부터 난 내면의 세계에 몰두하여 그곳에 펼쳐져 있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

 

한 마디로 열심히 딴생각 하는 것이다.

 

내가 공부에 집중하지 않고 있음을 자각하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시간은 벌써 10분 정도가 지나 있다.

 

또 피같은 시간을 낭비했음을 깨닫곤 자책과 함께 마음을 다잡으며 자세를 고쳐 앉는다.

 

다시 현실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그렇게 20 - 30분 정도가 지나면 나의 내면 세계는 또 꿈틀대기 시작한다.

 

그 작은 움직임의 몸집이 거대한 파도처럼 커질 때쯤 나는 다시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그것의 무한 반복이다.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고 있을 때 이러면 정말 성가시기 짝이 없다.

 

나의 이런 고충을 들은 몇몇 이들은 '그럼 생각을 하지 마.' 라고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런 건 어떻게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수차례 시도는 해 보았다.

 

하지만 나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라고 머릿속으로 되뇌는 그 순간 '내가 지금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니야, 지금은 생각을 지워야 해' 가 따라오고 '그럼 생각은 지우개로 글씨 지우듯이 지우는 건가' 라고 생각하면서 정말로 생각이라는 단어를 지우개로 지우는 상상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생각을 안 하는 건 나한테 무리인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딴생각의 늪에 빨려 들어갔다가 허우적 대며 간신히 빠져 나왔다가 다시 빨려 들어가고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인데, 생각만 해도 정말 짜증이 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이렇게 생겼는걸.

 

나의 다른 특징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적응하고 나름의 합의점을 찾아서 맞춰가며 지내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그래도 그나마 조금 효과를 보고 있는 딴생각 대처법이 있긴 하다.

 

공부하다가 딴생각이 들면 그것을 노트나 메모장 같은 곳에 손으로 적는 것이다.

 

그럼 한동안은 그 생각으로부터 살짝 벗어날 수 있다.

 

일종의 딴생각 쓰레기통인 것이다.

 

하지만 그 쓰레기통의 효과는 그닥 크지 않은 것 같다.

 

15 - 20분 정도가 지나면 다시 그 생각으로 빠져 들려고 하는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하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짧은 시간만이라도 블랙홀처럼 나를 빨아들이는 딴생각의 뭉치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매우 효과적인 딴생각 대처법을 아는 이들이 있다면 공유해주면 참 좋겠다.

 

- 25.726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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