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생각

36) 진정한 행복을 찾습니다

Hazel Y. 2023. 10. 30. 09:50

나는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영어 팟캐스트를 한 편 들으려 한다.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거의 매일 집, 헬스장만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혼자 영어를 연습하기가 참 쉽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선에서는 영어를 최대한 많이 접하려 하는 것이다.

 

팟캐스트는 주로 양치할 때나 조깅할 때, 혹은 이동할 때 틈틈이 듣는 편이다.

 

약 4년 전부터 스포티파이를 이용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영어권 국가들을 포함한 해외에서 주로 사용되는 스트리밍 플랫폼이다보니 스포티파이엔 영어로 된 팟캐스트들의 선택지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최근 anything goes with emma chamberlain이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발견했다.

 

비디오 팟캐스트라 팟캐스트를 듣는다기보다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용은 팟캐스트 이름처럼 팟캐스터인 Emma Chamberlain이 여러 일상적인 주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나가는 것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저께 내가 들은 에피소드(제목: happiness is complicated)는 행복에 관한 것이었다.

 

그 에피소드를 들은 후 Emma Chamberlain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진짜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Photo by Anna Tarazevich

 

행복은 즐거움이나 기쁨과 같은 감정과 동일시할 수 있는 것일까.

 

행복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우리는 우리가 그토록 부르짖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직 나도 행복의 정확한 모습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활동을 함으로써 행복, 혹은 그와 비슷한 것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행복이라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즐겁고 기쁘기만 한 감정이 아니라, Emma Chamberlain이 말한 것처럼 꽤 복잡한 감정이고, 행복한 와중에도 어려움과 힘듦이라는 것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나는 이를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와 유학을 위해 다시 출국하기 전까지 2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당시 나는 많이 일할 때는 주 30시간 넘게 일을 하면서 학교 전공 수업도 매 학기 21학점씩 (전공 수업 7개) 듣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떻게 그 모든 걸 다 했나 싶다.

 

매 학기 전공 수업만 7과목씩 들었어도 과제도 하고 시험 공부도 하면 꽤 바빴을 텐데 거기에 매주 25 - 30시간 정도 일까지 했으니 말이다.

 

당연히 힘들고 늘 피곤했다.

 

게다가 학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 중엔 말을 잘 안 듣고 반항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그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학부모들까지 상대해야 할 때면 더 부담스럽고 어려웠다.

 

이 모든 걸 하면서도 난 파트타임이라는 이유만으로 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정말 낮은 보수를 받았다 - 물론 최저 시급보다는 약간 높은 금액이긴 했지만.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난 꽤 행복했던 것 같다.

 

나의 지식을 배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뿌듯한 일이었지만, 이를 통해 그 사람이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나의 내면을 꽉 채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전히 그것이 어떤 감정이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 일을 하면서 마주했던 수많은 어려움과 힘듦을 가볍게 밀어내 버리고 당당히 그 자리를 차지하는 매우 강력한 무언가였다.

 

그것이 과연 행복이었을까.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나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바뀌기 시작한 것 같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많은 물질적 재산을 보유하는 것이 나를 행복으로 데려다 주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하는 삶이 진정한 행복에 더 가까워지는 삶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는 앞으로 내가 여러 새로운 경험들을 거치면서 수없이 더 많은 변화를 거듭하게 될 지도 모른다.

 

언제쯤 나는 당당히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정의 내릴 수 있을까.

 

혹은 끊임없이 진정한 행복의 형체를 파헤치며 그것을 좇는 것이 인간의 삶에 주어진 쉬이 끝나지 않을 숙제인 것일까.

 

- 25.737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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