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연락한 친구와 만난 날.
20) 오늘 너 생일이길래 연락해봤어. 생일 축하해! 잘 지내지?
매일 아침 나의 단잠을 깨워버리는 휴대폰 알람 소리는 종종 나를 짜증나게 한다. 아, 너무 피곤한데. 더 자고 싶은데. 그냥 다시 침대에 누워버릴까. 잠시만 한 5분만 더 눈만 붙이고 있다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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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 말고도 두 명의 다른 고등학교 친구들도 같이, 그렇게 넷이서 보게 되었다.
그 중 가장 먹잘알인 친구가 일식 브런치 식당을 찾아왔길래 우린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숨은 맛집 찾기 도사인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그런 곳들을 쉽게 발견하는지 정말 신기하다.)
그렇게 우리는 5시간 정도 그동안 밀렸던 수다와 담소를 알차게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1 대 1 대화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사람 수가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드는 성격이기 때문에 어제도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듣는 역할을 했다.
그러곤 연말 전에 볼 수 있으면 한 번 더 보자는 말을 남기며 어제 우리의 만남은 끝이 났다.
집에 돌아온 후 나는 원래 공부를 해야 했다.
내가 사용하는 공부 시간 챌린지 앱 상으로 이미 4시간은 공부하겠다고 스스로와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저히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자기반성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었다.
게다가 나의 자기반성은 한두 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
귀가 후 잠들기 전까지, 다음날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그 다음날도, 그 다음다음날도, 계속해서 문득문득 떠올라서 반복되는, 며칠 간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굴레와도 같다.
나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그렇게 말해서 상대가 기분 나빠했으면 어떡하지.
나의 그런 행동이 다른 사람 눈엔 부정적으로 비춰졌을까.
그래서 상대가 이제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지.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닌데.
그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냥 아예 말을 하질 말걸 그랬나.
다음엔 그런 비슷한 말을 해야 될 상황이 오면 좀 다르게 표현해야겠다.
다시는 실수하지 말아야겠다.
대충 이런 생각들의 끝없는 되새김이다.
내가 억지로 끌어올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피곤한 건 사실이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외침들을 모두 듣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부터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내가 이렇게 자기 반성을 하며 스스로 괴로워하고 있는 동안 정작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스스로가 한 말이나 행동을 반추하며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도 모르는 지점들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앞으로의 새로운 행동 방식을 구축해나가는 것만큼이나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이 너무 심해져서 나의 모든 행동에 대해 스스로 비하하는 단계로 가버리면 안 되겠지만, 자기 반성과 자기 비하 간의 경계를 뚜렷히 인식한 후 이뤄지는 반성하는 습관을 통해 나는 오늘보다 더 성장한 내일의 나를 만들어내리라 굳게 믿는다.
- 25.753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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