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취미 부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취미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
세상엔 취미로 삼을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난 특히 손으로 무언갈 만드는 활동을 좋아한다.
엄마가 날 가지셨을 때 종이접기로 태교를 하셔서인진 모르겠지만, 암튼 어릴 때부터 손으로 창작 활동 하는 걸 즐겼다.
그래서 중학생 때 나는 학교 퀼트부에서 바느질을 배웠고, 집에서는 가끔 작은 십자수 작품을 만들어보곤 했다.
이러한 만들기 활동은 보통 혼자서 하는 경우가 많고,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내 성격과도 아주 잘 맞았다.
그러나 고등학생 때부턴 공부에 집중하느라 내신 관리와 수능 준비 외엔 딱히 취미 활동이라 할 만한 것들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이어져서 불과 두세 달 전까지만 해도 누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흔히들 언급할 만한 음악 및 영화 감상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취미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활동이란 말은 아니다.
그 또한 문화 활동으로서 깊이 파고 들어간다면 그 어떤 것들보다 매력적이고 교양 넘치는 취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음악을 듣고 영화를 시청하는 것을 진심으로 매우 좋아한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는 본디 하고 싶은 것들과 관심 있는 것들이 아주 많은 사람인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만으로 나의 삶을 더 풍요롭게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여태껏 미뤄 왔다는 점이 아쉽다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에 들어서야 독서의 습관화에 도전했고, 약 두세 달 전 그런 다짐을 한 나를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독서는 내 삶에 있어서 좋은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건 십자수, 보석 십자수, 바느질 등 손으로 하는 공예 활동들이다.
그리고 꼭 공예가 아니더라도 퍼즐처럼 손으로 무언갈 완성하는 활동들도 좋아한다.
더불어 베이킹과 요리에도 관심이 있다.
그래서 아직은 나의 제대로 된 취미 생활은 시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저 시작하기 좋은 타이밍을 엿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건 아마 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그러니까 30대 중반쯤부터이지 않을까 싶다.
그때가 되면 조금 더 자유롭게, 죄책감 없이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은 해야 하는 일이 아닌 것들을 잠깐이라도 한다면 거의 그 즉시 엄청난 죄책감이 밀려온다.)
그런 로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도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취미 욕구를 최대한 눌러 가며 내 눈 앞에 놓인 일과 의무에 집중하려 노력할 뿐이다.
그리고 꿈에 그리는 취미 부자가 되는 그날까지 그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조금만 더 힘내자.
- 25.718살의 나
* 해당 글에 대한 무단 배포 및 복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매일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33) 습관과 관성 (37) | 2023.10.25 |
---|---|
32) 어제의 하늘 (37) | 2023.10.24 |
30) 내 성격에 대한 고찰 (3) - __F_ (부제: 너 T야?) (40) | 2023.10.22 |
29)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34) | 2023.10.21 |
28) 20대의 한가운데에서 (34) | 2023.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