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 끝나갈 때 이 카테고리에 마지막 글을 업로드한 후 이제야 2024년의 첫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니까 3개월 반만인 것이다. 그동안 너무 바빴다 - 사실 지금도 무척 바쁘기 때문에 바빠서 글을 못 썼다는 건 아마 핑계에 불과할 것이다. 그냥 글 쓰는 걸 잠시 쉬고 싶었던 것 같다. 블로그 휴식기였던 3개월 반이라는 기간 동안 나의 일상에는 변화가 있었다. 진학을 원하는 랩실에 컨택을 넣어 인턴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러고보니 벌써 인턴 한 지 2개월이나 되었다) 새로운 분야로의 커리어 전환을 위해 요즘 평일, 주말 구분 없이 매일 집과 스터디카페를 오고 가며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 랩실 구성원들과 교수님과도 대면으로 만났고, 친해짐에 있어서 몇 단계를 벌써 거친 것 같다. 다들 좋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인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실 몇 주 뒤면 본격적으로 입시 전형 기간이기 때문에 이 글을 쓰고 나서 또 언제 다시 블로그 글을 쓸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겠다. 그래도 오늘처럼 일상 속 살짝의 여유가 생긴다면 꼭 주기적으로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지 않았던 지난 3개월 동안 나의 마음이 힘들었던 날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본디 가족이나 매우 가깝고 친한 친구 (그런데 일단 나에게 그런 존재가 과연 있는가..) 에게도 나의 깊고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길 불편해 하는 사람이라 대부분의 고민들과 생각들을 그냥 혼자만의 것으로 품는다. 어디 분출할 곳 없이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생각 저 생각들이 한데 엉키고 곪아서 나를 괴롭게 하는 날이 분명 오고 만다. 그런데 글쓰기는 내 마음의 탈출구를 만들어 준다. 물론 글을 통해서도 정말 모든 걸 뱉어내긴 여전히 어렵기에 그 탈출구는 아주 작고 귀엽게 생기긴 했다. 그래도 아무리 어두컴컴한 지하 밀실이라도 천장 가까이 나 있는 아주 조그마한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그 밀실을 밝히고 그곳에 갇힌 이에게 바라볼 하늘을 제공하듯이 나에게 있어 글쓰기라는 작디 작은 탈출구는 그런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치유의 창구인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인생은 더 바빠지고 할 일과 책임은 계속해서 늘어나겠지만, 그런 와중에도 글은 지속적으로 써 나가고 싶다. 꼭 그럴 수 있길.
아 참, 그리고 한동안 독서하는 습관에도 약간의 균열이 생겼는데 - 최근 다시 마음 잡고 독서를 매일 하기 시작했다 - 앞으로 독서록은 계속 쓸지, 쓴다면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기존의 독서록 방식에 질린 것일 수도 있고 (얼마나 했다고 벌써 질리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뭔가 독특한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떠오른 아이디어는 책을 두 번 읽고 주인공이나 다른 마음에 드는 등장인물에 나를 대입해 일기 비슷한 걸 써 보는 것이었다. 나는 상상하는 걸 매우 좋아하는 사람인데,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실이 항상 우선순위가 되다 보니 어렸을 때처럼 자유롭게 현실의 것이 아닌 것을 떠올리고 그것에 오롯이 빠져보는 경험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나름의 취미 삼아 이런 독서록을 통해 가끔 그런 경험을 할 기회를 스스로에게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제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한강의 소설을 완독하였는데, 오늘부터는 어떤 인물에 나를 대입해 보고 싶은지, 그 인물의 어떤 모습, 어떤 경험을 소재로 상상 일기를 써 보고 싶은지를 생각하며 두 번째 독서를 시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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