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자고 있는데 갑자기 내 오른쪽 귀를 통해 나의 본능적 소름과 거부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소리가 아득히 들렸다.
에에엥...
하지만 그때 나는 잠이 거의 안 깬 상태였기 때문에 몸만 대충 뒤척이고 이불로 최대한 귀를 막고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이번엔 내 왼쪽 귓가에서 그 소름 돋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에에에엥...
이건 백퍼 모기다.
눈이 번쩍 뜨였다.
충분히 자고도 아침에는 늘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나인데, 어떻게 모기 소리만 들리면 자다가도 바로 각성 상태가 되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바로 내 방 불을 켰다.
크림색 벽에 붙어 있는 까만 모기 한 마리가 보였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원래 내 방에 있던 전기 모기 채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다. 나는 전기 모기 채가 없으면 벌레를 잘 못 잡는다.
초파리와 모기는 딱히 징그러워 하지 않아서 손으로 잡는 걸 시도할 수는 있는데, 문제는 좁은 손 면적 때문에 정확도가 매우 떨어지기 떄문이다.
특히 모기는 죽이지 못하고 자면 내가 정말 듣기 싫어하는 자신의 날갯짓 소리를 다시 뿜어낼 것이 뻔하기에 무조건 한 번에 잡아야 한다.
그래서 새벽 4시 15분 경 나는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모기 채를 찾으러 거실과 부엌으로 나가봤지만, 혹시나 모기가 내가 없는 사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할까 봐 꼼꼼히 찾아보진 못하고 대충 둘러만 봤다.
모기 채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손으로 잡기로 결심을 하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모기는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살금살금 다가가 모기가 붙어 있는 벽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
그러나 역시, 놓쳤다.
이제 잠은 다 잤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일단은 혹시 다시 출몰할 경우를 대비해 모기 채를 갖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주무시는 방으로 들어가 그곳에 있는 모기 채를 들고 나왔다.
그 후 약 40분 간 보초를 섰다.
불도 껐다 켜 보고, 가만히 소리도 들어 보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다 해 봤지만 모기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더 이상은 졸려서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냥 다시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그 모기 소리를 또 듣기는 너무나 싫었다.
벌레들의 날갯짓 소리는 나의 모든 신경 하나하나를 곤두세우기 때문이다.
고민한 결과, 헤드셋을 착용하고 자기로 했다.
그래서 5시부터 할 수 있는 기상 인증을 미리 해놓고, 헤드셋을 착용하고, 알람은 6시가 아닌 7시로 미뤄놓고, 알람 볼륨은 평소보다 높게 설정해놓고, 모기가 물 수 있는 내 피부 면적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이불은 목 끝까지 덮고 눈가엔 손수건을 올려놓는 등 만발의 준비를 한 채 다시 잠들었다.
그러나 사실 그 뒤로 계속해서 잠을 설쳤다.
헤드셋에 의해 모기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평소 조용한 상태에서 존재하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아서였는지 죽을 것 같은 공포와 가위 눌림 때문에 깊이 자지 못했다.
(이 모든 게 그 작은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7시가 되었고, 설정해놓은 알람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서 일어나 방에 불을 켰다.
아까 모기가 붙어 있던 벽엔 아무것도 없었다.
모기 채 찾는다고 방에서 나갔을 때 나를 따라 나갔나.
그럼 지금 내 방에 없는데 나는 거의 한 시간을 쏟아지는 잠과 그림자 뿐인 모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건가.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놓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상당히 피곤했다.
잠이 미친듯이 밀려오는 건 아니었지만, 머리가 무겁고 정신이 몽롱했다.
금과 같은 수면 시간의 거의 3분의 1을 날려버린 것이니 그럴 만도 했다.
방문을 열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훑어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고개를 돌렸다.
커튼을 쳐다봤다.
어, 찾았다. 모기.
그 녀석은 내 침대 머리맡 커튼에 붙어 있었다.
잠자는 내 주위를 맴돌다가 방이 갑자기 밝아진 탓에 갈 길을 찾지 못하고 거기에 붙어 있는 게 분명했다.
아까 엄마방에서 가져 온 모기 채를 켜고 커튼으로 다가갔다.
천천히 그 녀석에게 갖다 댔다.
작은 스파크가 일었다.
잡았다.
그러게 아까 내 방에 전기 모기 채만 있었으면 이렇게 금방 끝났을텐데.
모기 채를 탈탈 털어 녀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휴지로 눌러 뭉친 그 녀석의 몸에서 새빨간 피가 나왔다.
내 피일 가능성이 높았다.
거울을 보니 왼쪽 볼이 불그스름했다.
미처 차단하지 못한 부위를 그 녀석이 문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나는 모기 알레르기가 없어서 모기에 물리더라도 거의 가렵지 않거나 금방 가라앉는 편이다.
그런데 아직도 모기가 돌아다닌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랍다.
요즘 날씨가 얼마나 추워졌는데.
그냥 거의 겨울인데.
그러니까 모기야, 제발 눈치 좀 챙기자.
- 25.775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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