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빼빼로 데이.
나에게 있어서 빼빼로 데이는 그저 상술일 뿐이고 아무 의미가 없는 날이다.
가끔 먹고 싶을 때 사 먹으면 되고, 굳이 빼빼로 데이를 챙길 필요성을 이제 더 이상은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더 어렸을 때 나에게 빼빼로 데이는 엄청난 이벤트의 날과도 같았다.
빼빼로 데이에 친구들에게 줄 빼빼로를 가방에 챙겨서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등교하곤 했다.
'내가 이걸 주면 친구들이 좋아하겠지? 나는 오늘 빼빼로를 얼마나 받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 친구들과 빼빼로를 나눠 먹었고, 얼른 집에 가서 남은 빼빼로를 다 먹을 생각에 하굣길도 신이 났다.
참 순수했던 것 같다.
고작 빼빼로 하나 때문에, 365일 24시간 열려 있는 집 근처 편의점에만 가도 언제든지 마음껏 구입할 수 있는 빼빼로 하나 때문에 그때의 나는 정말 행복해했다.
그러나 이제는 만약 누군가에게 빼빼로를 받는다 하더라도 예전만큼의 기쁨과 행복은 느끼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런 것들엔 무뎌진 건가.
작은 것들에도 행복해할 줄 알아야 할텐데.
어린 내가 가졌던 순수함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는 있는 것일까.

이 글을 쓰다가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오늘 11월 11일은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인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함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앞서 빼빼로 데이나 운운한 채 오늘이 훨씬 더 의미 있는 기념일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참으로 부끄럽다.
과거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우신 분들이 없었더라면, 과연 나는 오늘날 내가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심지어 낯선 타국에 와서 당신과 동료들이 언제 어떻게 생을 마감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였을 때의 심정을 감히 내가 헤아릴 수나 있을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오늘 하루도 시작해본다.
- 25.770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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