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다.
어른이 된 후로 자연스럽게 뉴스로 국내외 소식을 듣는 것이 꽤 재밌는 활동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유튜브로 뉴스 클립 영상들을 틈틈이 보곤 한다.
고등학생 때 대학 수시 전형을 위해 선생님들께서 그렇게 보라고 하실 때는 재미 없는 뉴스를 도대체 왜 봐야 하나 싶었는데 말이다.
암튼 뉴스를 통해 세상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들을 때마다 커지는 궁금증이 있었다.
왜 인간은 욕심을 버리지 못할까.
사실 꽤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질문인데 무슨 이유에선지 지난 일주일 동안은 그 질문에 거의 꽂혀 있다시피 했다.
왜 인간은 욕심을 버리지 못할까.
그러다 오늘 아침 양치를 하다가 문득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적응과 욕심.
이 두 개념은 서로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많은 것들에 아주 빠른 속도로 적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동물이기에 끝없는 욕심을 가지는, 아니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욕심' 이라는 키워드를 들었을 때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것은 물질적 욕심이고, 그 중 대표적인 욕심은 돈 욕심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 수입이 얼마인지와 상관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은 가지길 원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들의 뿌리에는 '적응' 이 존재한다.
우리는 새롭게 늘어난 액수에 금세 적응을 해버린다.
그러고 나면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액수에는 별 감흥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더 높은 액수를 원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끝없이 반복한다.
이러한 패턴은 비단 금전 욕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욕심은 이렇게 작동한다.
그리고 이러한 욕심은 전 생애주기를 걸친 인간 삶의 모든 면에서 아주 쉽게, 일상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내가 나의 인생을 되돌아 보며 발견한 몇 가지 욕심 모먼트를 소개해 보자면,
중학생 때 전교 10등을 한 적이 있다.
뿌듯했다.
열심히 공부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다음 시험에서 전교 5등을 했다.
짜릿했다.
그러나 그 다음 시험에서 전교 7등을 했다.
그 석차를 확인했던 순간의 실망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분명 전교 7등은 높은 등수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높은 전교 5등을 맛본 이후 경험한 7등은 정말로 전교 꼴등을 한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이미 나는 전교 5등의 위치에 적응을 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네덜란드 유학 생활 당시 집을 좀 알아본 적이 있다.
올해 극초만 해도 난 네덜란드에서 석사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 그곳에서 계속 살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살던 학생 아파트는 계약이 올해 8월에 끝나버려서 그 이후로 살 집을 새롭게 구해야 했다.
사실 비교적 활발히 집을 알아보던 시기는 입주 시기와는 꽤 차이가 있어서 직접 발품을 팔며 집들을 보러 다니진 않았지만, 부동산 플랫폼을 통해 여러 지역의 월세 시세는 열심히 알아보았다.
그러면서 플랫폼에 업로드되어 있는 여러 집의 내부 사진들을 보게 되었는데, 이때 당시 살고 있던 집보다 더 넓고 좋은 곳을 찾고 있던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던 집도 한 명이 살기에 내 기준 적당한 크기였고, 나쁘진 않았던 곳이었지만, 약 6개월만에 이미 그곳에 적응해버린 나는 비슷한 수준의 집보다 더 좋은 수준의 집을 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빠른 적응력은 끝없는 욕심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우리는 욕심이 원하는 만큼을 실제에선 가지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는 남과 나를 비교하는 인간의 또 다른 본성과 결합하여 결국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욕심은 부정적이기만 한 것일까.
아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욕심들에 대해 떠올려 본 결과,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계속해서 발전하고자 하는 욕심만큼은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배움은 무조건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활동을 하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접하게 되거나,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거나, 새로운 깨달음을 경험하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배움인 것이다.
그리고 배움을 거듭할수록 우리는 우리가 정말 많은 것을 모르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럼 우리는 일상에서 자아 성찰, 독서, 여행, 지식 습득 등을 통해 더 많은 배움을 갈구하게 되고, 이는 우리를 안에서부터 더욱 단단하고 값지게 채워 나간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인간인지라 물질적인 것들에 욕심이 나는 경우도 종종 있고, 남들보다 많이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면 스스로를 초라하게 생각할 때도 가끔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내면을 가꾸고 성장시키기 위한 욕심에 더 집중하려 노력한다.
이는 아마 인간으로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반복될 듯하지만, 그렇게 해서 결론적으로 더 건강한 내면을 갖게 된다면 그 어떠한 물질적 성취보다 훨씬 더 값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 25.688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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