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그렇고 자꾸 죽음과 삶에 대한 얘기를 적고 있어서 누군가는 내가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름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냥 나는 삶과 죽음, 우주 속 인간의 본질,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등에 대한 생각을 항상 많이 하는 편인 것 같다.
억지로 그런 주제에 대해 생각해봐야지, 이렇게 해서 생각하는 건 아니고
다른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는 때가 아니면 자연스레 그런 주제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동시에 미친듯이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간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 의해서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들을 내 머릿속에 가둬놓기만 하면 정리가 잘 되지 않고, 그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은 끊임없는 추상적인 물음표들을 만들어내며 일상의 생각들조차도 어지럽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제 일기를 써보니 바랐던 대로 생각 정리에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다행인 것 같다.
아마 고등학생 때였을 것이다.
'장기기증희망등록'
어릴 때부터 기부, 봉사활동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걸 좋아했던 나로서는 듣기만 해도 가슴 떨리게 행복한 여덟 글자였다.
당장이라도 등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등록을 위해서는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야 했고, 부모님께서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두렵다는 이유로, 나중에 성인이 되면 해야지, 생각만 한 채 여태껏 잊고 살았다.
그러다 지지난 주 토요일, 기억이 났다.
참, 내가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하고 싶어했지.
곧바로 등록 방법을 검색했다.
등록할 수 있는 기관은 여러 곳인듯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서 등록을 진행하는 것 같았다.
등록 절차는 꽤 간단했다.
나는 온라인으로 등록했는데, 본인인증을 하고 신청서를 작성하면 끝이다.
그러면 일주일 이내로 등록증과 신분증, 자동차, 노트북 등에 부착 가능한 스티커가 기재한 주소로 발송된다.
다행히 부모님께서도 크게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장기기증희망등록 후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혹은 형제자매에게 알려야 한다. 최종 의사결정권은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등록증을 직접 받고 나니 여러 감정이 끓어올랐다.
아직 한 건 희망등록밖에 없고, 실질적으로 기증이 이루어지는 건 내가 죽고 난 후겠지만, 삶이 정말 간절한 사람들에게 내가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벌써부터 참 행복했다.
그와 동시에 항상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오던 죽음이 나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 그 등록증 하나로 한 층 더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나의 몸이 나 혼자만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후 또 다른 생명을 유지하게 될 수도 있기에,
나 자신, 그리고 또 다른 그 누군가를 위해 나의 몸을 더 소중히 하고 건강하게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 25.625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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