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계속 소설만 읽어서인지 다른 종류의 책을 읽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완독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알라딘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페이지로 접속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자기 개발서는 딱히 끌리지 않았다.
그렇게 베스트셀러 목록을 계속해서 구경하던 중 이번에는 과학 분야의 책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내가 지금 과학 쪽으로 진로를 틀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그 분야의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는 것이 좀 그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른 책은 김준의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작고 찬란한 현미경 속 나의 우주)』였다.
기존에 내가 읽던 장편소설들에 비하면 몇 페이지 되지 않는 매우 짧은 에세이집이었지만, 과학, 그 중에서도 생명과학 분야의 길을 걷고자 하는 나에게서 상당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책이었다.
물론 나는 의생명 데이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바이오 마커를 찾아내는 연구를 주로 하고 싶은 마음이기에 내가 앞으로 써 내려갈 이야기는 예쁜꼬마선충의 유전 연구를 진행하는 작가님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그처럼 연구자로 성장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해당 책의 거의 모든 단어 하나 하나가 가슴 속 깊이 와 닿았다.
특히 박봉에 워라밸은 물론 일자리까지 없지만, 자신의 연구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불타는 열정과 흥미를 품고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인간으로 삶에 있어서 필수인 마음가짐 한 가지를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새길 수 있었다.
그 어떤 세기의 바람이 불고 그 어떤 양의 비와 눈이 쏟아지더라도 절대 꺼져서는 안 되는 불이 있다면 그것은 각자의 모습과 색으로 타 오르고 있는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뜨거운 열정을 가슴 속에 품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한 열정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내일을 향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일 테다.
때문에 그 열정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가끔은 스스로의 내면을 잘 살펴 보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만의 열정을 소중히 보살피며 똑같은 듯 다른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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