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 Business Information Management @RSM/Life in the Netherlands

[8] 내 보증금 돌려내

Hazel Y. 2023. 10. 17. 18:55

네덜란드에서 유학할 때 지냈던 학생 아파트 계약은 올해 8월 7일에 만료되었다.

 

그러나 보증금을 여전히 못 돌려받고 있다.

 

하긴, 독일에서 교환학생 할 때 지냈던 곳으로부터도 결국 보증금을 못 돌려받았으니, 그것과 비교하면 네덜란드 학생 아파트 케이스는 아직 양반인 것도 같다.

(참고로 독일 집은 계약이 2020년 6월인가 7월에 끝났다. 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보증금을 못 받은 것이다.)

 

아니지, 이번 케이스는 더 엄격하게 대응해야 하나.

 

독일에서 지냈던 곳은 그냥 개인 집주인이 세를 준 곳이었기 때문에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똥 밟았다고 생각하면 도덕적 관념이 전혀 없는 악덕 집주인 만나서 보증금 사기 일어날 수 있다고 해도, 네덜란드에서 지냈던 곳은 서유럽 국가 몇 군데에서 여러 채의 학생 아파트를 소유 및 운영하는 기업인데 이렇게 사기의 냄새를 풍기는 것은 더 아니지 않나 싶다.

 

내가 작년 네덜란드로의 출국을 앞두고 진짜 울면서까지 간절히 해당 기업의 학생 아파트에 방을 구하고자 한 것도 독일에서 보증금 사기 당한 경험 때문이었는데 보증금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더 신뢰를 하던 기업까지 이런 짓을 하니 진짜 세상에 믿을 곳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독일 때보다 뒤통수 더 강타당한 기분이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진 일처리가 다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나와 같은 건물에 살던 학생들이 만든 단톡방에서도 아직 나가지 않고 있다.

 

다른 학생들이 그곳에서 대화하는 내용을 보면 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건 나 뿐만이 아니라는 걸 아주 쉽게 알 수 있었다.

 

해당 기업은 분명 체크아웃 안내 이메일에서 'We will refund the deposit within 10 weeks after we have received your proof of deregistration with the Municipality.', 그러니까 내가 그들에게 시청에서 거주 등록 해지를 했다는 증명서를 제출하면 그로부터 10주 이내에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 증명서를 계약 만료 날짜에 맞춰서 8월 7일에 보냈다.

 

그래서 그 10주라는 기간은 사실 지난 일요일인 15일에 끝났다.

 

다른 학생이 단톡방에 공유한 해당 기업으로부터 메일 답변 받은 내용에 의하면 내가 거주했던 아파트 관리팀 측은 9월 27일에 보증금 환불과 관련한 모든 업무가 다 끝났으며 본사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는데, 도대체 승인을 이렇게까지 오래 안 해준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뭐, 거긴 빨리 빨리의 한국이 아니니까 일처리 느릴 수 있다 해도 당연히 진행되어야 하는 업무에 대한 승인이 3주 동안 나지 않고 있다는 건 진짜 말이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약속한 10주가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거주했던 아파트 말고도 해당 기업이 소유한 다른 학생 아파트에 작년 혹은 재작년 혹은 그 이전에 살았던 다른 학생들도 체크아웃 후 4개월이 지났는데 보증금을 안 돌려준다, 1년이 넘었다, 2년이 넘었다, 하는 이야기를 종종 하는 것으로 보아 지금 너무 느낌이 좋지 않다.

 

독일에서는 첫 해외 생활이어서 억울하긴 했지만 당한 거 어쩔 수 없다, 경험이다, 쳐도 이번에 또 당하면 두 번짼데 그건 참을 수 없다.

 

이번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돌려받을 거다.

 

그래서 사실 지난 주 금요일에 메일을 하나 보내놨는데 아직 답장이 없다.

 

보통 하루 뒤에 답장이 오는데, 주말 꼈다 해도 한국 시간으로 금요일 오전에 보냈으니 어제 답장이 왔어야 한다.

 

일단 이번 주 목요일 정도까지는 기다려 볼 건데, 이렇게 사기 치는 이들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잠수라 걱정되긴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적지 않은 수의 외국인 학생들이 나처럼 공부가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들을 상대로 보증금 사기를 치는 개인이나 집단이 자꾸 생기는 것 같다.

 

그들 입장에서는 잠수를 타버리면 그만이니까.

 

진짜 제발 이번에는 메일 답장도 오고 보증금도 돌려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집을 다 파괴하고 나온 거 아닌 이상 작은 금액이라도 보증금은 돌려받아야 하는 건데 왜 이걸로 신경 쓰고 투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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